서울대 물리교육과 21년도 졸업생한테 물어본 졸업 후 진로(취업현황), 학과 및 학교생활 정보, 대학입시 꿀팁 등!
정보 보따리를 여러분께 풀어드립니다. 추가로 궁금하신 게 있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1. 학업: 서울대 물리교육과에서는 무엇을 배우고, 어떤 진로가 있을까요?
Q. 교육과정에 있어 입학 전 알고 있던(기대했던) 바와 다른 점이 있을까요?
입학 전에는 중·고등학생이 배우는 물리 개념을 기반으로 심화 전공 개념을 배우고, 이를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방법론을 배우리라 기대했어요.
근데 실제 교육과정은 물리학과에서 배우는 물리학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전공을 배우고, 추가로 교육학을 배우는 정도로 교육이 포함된 느낌에 가까워요. 물론 '물리교육학' 수업도 있어 물리 교과서 분석, 오개념 등을 배우지만 그 비중이 높지 않거든요. 대신 저희 과 수업 대신 물리학과 전공으로 대체해서 듣는다거나 하는 전공선택과목(전선)에 대한 선택지가 더 넓어요. 학부 졸업생이 자연대(물리학과)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점에서 비롯된 거 같고요.
저는 비록 이공계로 공부를 이어가지 않았지만, 대학교 전공 물리 개념을 - 그리고 경우에 따라 더 심화/응용된 내용까지도 - 알아야만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과학기술을 조금이나마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학 전 물리교육과에서는 '중·고등학교 물리 교과를 가르치는 법을 배울 것이다'라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게 참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Q. 학과나 전공 수업의 특성상 어떤 성향의 사람이 맞을 거 같나요? 본인은 어땠는지요?
물리(그리고 수학)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러나 '교육과'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교육에 대한 철학적인 논의나 수업에 대한 실천적인 피드백이 많이 이뤄지는 편이에요. 그래서 의견 교환과 전달을 즐기고 피드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거 같아요.
저는 막상 들어와 보니 물리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어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교육학 수업에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수업 시연을 하며 학우들의 아이디어를 들어보는 것이 즐거웠어요.
Q. 주변사람들을 기준으로 학부 졸업 후 진로가 어떻게 되나요?
제 동기들을 기준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학과 졸업 직후를 기준으로, ▲대학원(이공계) 진학 6명, ▲교사 5명, ▲대기업 취업 2명(둘 다 삼성전자), ▲변리사 2명, ▲행정고시 준비 2명, ▲대학원(교육학) 1명 정도인 거 같아요. 약대랑 로스쿨(법대)로도 각 1명씩 진학했어요.
저는 대학원을 갔다가 과학고에서 기간제 교사를 하고, 이후 공공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도 일했습니다.
(과학고에서 근무하셨다 했는데, 일반고와 비교했을 때 과학과 교사라서 특별히 좋았거나 배울 수 있던 점이 있을까요?)
과학고는 무엇보다도 과학 교사가 정말 많아요. 일반고는 보통 물리 교사가 많아야 2명 정도인데, 저는 저를 포함해서 총 9명의 물리 교사가 있었어요. (타 과학 교과 교사까지 하면 30명에 육박하죠.) 사실 교사 초년생 입장에서 다른 교사는 어떻게 수업을 준비하고, 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또 어떤 수행평가를 하며 어떻게 탐구 지도를 하는지 노하우를 배우고 싶은데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아요. 과학교사 모임 등에 참여할 수 있지만 학교 환경과 학생 특성에 대해 공유된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과학고에 근무하면서 베테랑 선생님들로부터 참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들이 경험해온 학생 특성에 맞춰 제가 출제한 시험 문제 난이도는 어떠한지, 어떤 수정을 해야 오해의 소지가 없는 문제가 완성될지, 학생들에게 수행평가, 발표, 탐구가 역량 강화나 입시에 직접적으로 도움 되도록 하려면 어떤 기획과 지도가 필요한지 등을 옆에서 배울 수 있었어요.
또 과학고 교사로 근무하면서 '메이커스페이스'라는 공간을 운영·관리했는데, 특히 과학고 학생들은 이곳에 있는 3D 프린터, 목공 기구, 아두이노 기판과 소자 등을 활용하여 직접 실험장치를 고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들이 집중적으로 과학탐구만을 진행하는 일주일이 주어지기도 하고, 과기부의 지원 아래 관련 분야 교수님과 R&E 연구를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실험 기구를 모델링해와서 필요한 장치나 부품을 요청할 때, 어떤 탐구를 하려고 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좀 더 나은 방법은 없을지 함께 논의한 기억이 아직까지도 특별하게 느껴지네요.
Q. 이 학과를 졸업해서의 장단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장점으로는 졸업 후 교원자격증(2급 정교사)이 발급된다는 점이 있어요. 임용시험을 통과하지 않더라도 기간제 교사로 일할 수 있는 카드가 하나 있다는 것이 진로 고민이나 불안을 많이 덜어주는 거 같아요.
단점은 교원자격증이 발급되긴 하지만, 절반 이상이 교원자격증과 무관한 진로를 갖기 때문에 결국 '나만의' 길을 탐색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싶어요.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만의 특징일 수도 있지만요.
2. 대학생활: 선후배 동기 간의 연결성, 학교생활은 어땠나요?
Q. 학교를 다니면서 용돈은 어떻게 벌었나요?
과외랑 멘토링을 하면서 용돈을 벌었어요. 특히 멘토링을 통해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을 길러주고 개별 학생에 맞춘 컨설팅을 하며, 제가 교육 쪽 진로에 얼마나 잘 맞는지 미리 경험해 보면 시험해 볼 수 있었어요.
Q. 본인이 참여했던 대학 활동 중에 자랑하거나 추천하고 싶은 게 있을까요?
저는 과 소모임 활동으로 교육학회를 했어요. 새내기를 맞이할 때 교육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소모임이기도 한데, 대학은 중·고등학교와 달리 활발한 의견 교환이 가능한 곳이라는 점이 좀 설렜어요.
3. 그외: 대학 입시나 기타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Q. 대학생이 되어 고등학교 때를 돌아봤을 때, 입시 차원에서 아쉬운 점이 있을까요?
고등학교 때는 물리교육과니까 '과학(물리)'을 잘하는 학생인 것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렇지만 대학을 와서 교수님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과학의 본성'을 잘 내재화한 학생을 원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활 속에서 과학 원리를 찾고 오류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이를 위해 탐구나 조사를 기꺼이 할 수 있음을 어필하면 더 좋았겠다 싶어요.
(대학원(교육학 랩실)으로 진학하셨잖아요, 혹시 물리교육과를 목표로 하는 학생의 생기부 활동에 담을만한 트렌디한 물리(과학교육) 추천주제 3가지를 살짝 풀어주실 수 있을까요?)
과학교육에서 '과학의 본성'은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예요. '과학을 한다'라고 하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본질적인 의미를 찾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심층적인 논의가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답니다. 예를 들어 과학 지식은 어떻게 생성되고 널리 전파되며 수정·보완되는지, 과학 실험은 어떻게 수행되고 분석하여 의미를 찾아내는지, 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 등을 고민하는 거죠. 대학원에서 이 내용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과학교육과 교수님들이 '과학의 본성을 잘 내재화한 학생'을 원하시겠구나 생각하게 되기도 했고요.
'과학의 본성'을 활동으로 녹여본다면 다음과 같은 탐구나 조사, 발표를 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예를 들어, 현대물리를 배우는 중이라면 과학사의 흐름에 따라 빛과 물질의 이중성을 둘러싼 과학자 사이 논쟁과 이를 거쳐 정립된 개념의 발전 과정을 발표해 보는 것은 어떤가요? 과학자들이 수행했던 실험 기구를 찾아보고, 그 원리를 적용해서 직접 다른 탐구를 진행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또는 상온 초전도체나 코로나19 백신처럼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 빠르게 확산되는 새로운 발견을 검증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기울인 노력과 실험의 재현 가능성, 위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포착해 내는 능력을 어필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죠?
Q. 공부를 제외하고 대학을 다니면서 얻어간 가장 큰 배움이 무엇인가요?
사범대는 다양한 전공이 하나로 묶인 대학인데, 제 학과인 물리교육과 외에도 국어, 수학, 사회 계열(사회, 윤리, 역사 등), 어학 계열(불어, 독어 등), 이과 계열(물리, 화학, 생명, 지구과학), 그리고 체육까지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요. 다양한 사람과 만나 생활하면서 이전에는 무관심했던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보고자 하고 있어요.
Q. 이외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물리교육과는 어쩌면 마이너 장르인 '물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만큼 무언가의 '덕후'인 경우가 많고 꽂힌 걸 끝까지 파는 친구들도 많은데요, 내가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살려 자유롭게 진로를 개척해 나가는 물리교육과에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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