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이야기/실생활 속 과학

전분 호화·노화 원리: 과학으로 설명하는 저항전분, 떡과 당면의 쫀득한 식감

해리체리T 2025. 2. 26. 01:01

[전분의 과학] 떡볶이의 떡, 순대의 당면, 마라탕의 분모자, 버블티의 타피오카펄까지 모두 쫀득한 식감으로 하루동안 쌓인 우리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달래줍니다. 이 모든 음식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전분이 들어 있다는 거죠. 전분, 도대체 뭔데 이토록 치명적인 식감을 뽐내는 걸까요?

 

일상생활 속 주제를 과학적으로 설명합니다. 자신의 진로희망에 맞춰 과학탐구/과학실험 주제를 만들어 심화학습, 생기부 세특, 수행평가, 동아리, 진로활동, IB 물리·화학·생물 IA나 EE 등에 활용해 보세요 :)

 

목차

     

    전분의 과학. 밀떡에 양념이 잘 배고, 쌀떡이 쫀득한 이유? 찬밥을 먹으면 살이 덜 찐다는 게 사실인가요?

    1. 전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전분이라 했을 때 우리는 흔히 '전분'이란 명칭으로 사용되는 옥수수, 감자, 고구마, 타피오카(카사바) 전분을 떠오르지만, 사실 전분은 밀가루와 쌀에도 들어 있습니다. 즉, 우리가 먹는 밥, 빵, 면 그리고 그 모든 파생 - 떡, 라이스페이퍼, 당면, 분모자, 타피오카 펄 등 안에는 전분이 존재합니다. 

     

    이거 그냥 탄수화물과 같은 거 아닌가요? 전분은 가장 흔한 탄수화물의 일종으로, 조리 중 물과 만나서 음식에 재밌는 식감을 부여합니다.

     

    ▲ 전분의 정의: 아밀로스, 아밀로펙틴

    전분(녹말, starch)은 자연에서 가장 풍부한 고분자물질 중 하나로, 수백수천 개의 포도당(glucose) 단위체가 글리코사이드 결합으로 연결된 중합체 탄수화물입니다. 쌀, 보리, 밀, 옥수수 등의 곡류와 감자, 고구마 등의 서류에 많이 들어있는 식물 세포의 저장 다당류로서, 인간의 식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보편적이면서 중요한 영양소이자 에너지원입니다. 순수한 전분은 차가운 물이나 알코올에 녹지 않는 흰색, 무미무취의 분말입니다.

    전분 녹말 분자 유형 종류 형태 구조, 아밀로스, 아밀로오스, 아밀로펙틴, 글리코사이드 결합
    전분(녹말)분자의 두 가지 유형: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

     

    전분은 아밀로스(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의 두 가지 종류로 존재합니다. 식물에 따라 달라지지만, 구성 비율은 일반적으로 아밀로스 20-25%, 아밀로펙틴 75-80%입니다. 포도당이 결합된 방식에 따라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이 구분되는데, 하나씩 살펴보면:

    • 아밀로스(amylose)는 포도당이 α-1,4 결합을 반복하여 중합한 것으로 포도당이 대략 6분자마다 한 번씩 감으면서 길게 나선형(helical)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밀로스는 곁사슬 없이 직쇄상으로 연결된 분자이고, 분자량은 약 7,000-160,000개 정도에 이릅니다.
    • 아밀로펙틴(amylopectin)은 α-1,4 결합된 포도당 20-30개마다 분지점(branch point)에 α-1,6 결합으로 포도당 가지가 난 형태를 띄고 있고, 가지들은 이중나선(double-helical) 구조를 가집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아밀로펙틴은 아밀로스에 비해 분자 크기는 크지만, 분자수는 적습니다.

    식물 전분 녹말 포도당 분자 구조, 알파포도당, 베타포도당, 수산기, OH기, C6H12O6
    식물 전분(녹말) 속 알파-포도당의 분자 구조: 1번 탄소의 수산기가 아래로 향함

     

    전분 속 포도당(C₆H₁₂O₆)은 α-포도당의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α-1,4-글리코사이드 결합은 한 포도당의 1번 탄소가 다른 포도당의 4번 탄소와 연결된 것으로 서로 반대 위치에 있기 때문에 아밀로스는 특유의 직선 사슬 구조를 갖습니다. α-1,6-글리코사이드 결합은 한 포도당의 1번 탄소가 다른 포도당의 6번 탄소와 연결된 것으로 아밀로펙틴의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가는 구조를 만듭니다. 전분 내 포도당 단위체에는 또 많은 수의 수산기(-OH기, hydroxyl group)가 외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수산기는 전분 분자 사이에서, 또는 물속에서 물분자와 강한 수소결합(hydrogen bonding)을 형성하는데, 전분의 물리화학적 특성 - 용해도, 점성도(점도) 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전분마다 아밀로스-아밀로펙틴의 비율이 상이한데, 아밀로스 함량이 높은 전분(약 25-30%)은 3차원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겔(gel)'을 형성할 수 있으나 함량이 낮으면(20% 이하) 그렇지 못합니다.

    아밀로스 함량(AC)이 다른 여러 품종의 쌀: 함량이 높을수록 젤리 형성이 잘 됨 (출처: 한혜민 & 고봉경)

     

    이 비율은 전분으로 만든 음식의 식감에 큰 영향을 주는 특징인데, 전분은 기본적으로 물에 녹지 않으나 뜨거운 물속에서는 비가역적인 변화를 거칩니다. 가열된 물에서 수용성인 아밀로스는 물에 분산되는데, 단순한 사슬 모양 덕분에 식은 후 결정화가 쉬워 탱글하면서 단단하게 모양이 잡힌 겔(젤, gel)을 형성합니다. 반면 불용성인 아밀로펙틴은 복잡한 가지 구조 속에 물분자를 붙잡아두며 움직임을 방해하기 때문에 식은 후 쫀득/끈적하고 점성 높은 페이스트(paste)를 형성합니다. 이런 식으로 전분이 물 속에서 가열되어 변화하는 과정을 "호화"라 부르는데, 이는 아래서 상세히 다루겠습니다.

    아밀로스 아밀로펙틴 비율 함량, 전분 식감, 쫀득 찐득한 아밀로펙틴, 탱글 단단한 아밀로스, 찹쌀 찰옥수수 타피오카 고구마 맵쌀 감자 옥수수 밀 도토리 녹두 완두
    아밀로스-아밀로펙틴 비율에 따른 음식 식감의 변화 (출처: 네이버 블로그 '맛있는 한잔이 있는 삶' ❘ Sciencely 재구성)

     

    아이오딘 청색반응: 전분 검출방법

    아이오딘 반응은 대표적인 영양소 검출법 중 하나로 황갈색의 아이오딘(요오드) 지시약이 전분과 만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짙은 청남색을 띠는데, 이를 통해 음식 속 전분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오딘-전분 청색반응 (출처: ChemistryViews ❘ Sciencely 재구성)

     

    구체적으로는 아이오딘(I₂)과 아이오딘화합물(주로 아이오딘화 칼륨, KI)을 혼합한 삼아이오딘화물(I₃-) 용액을 사용하는데, 상대적으로 작은 아이오딘 입자가 아밀로스 나선 구조 안으로 침투하면 전분-아이오딘 화합물이 형성되고 이는 포도당 분자 간의 거리를 밀착시킵니다. 이렇게 변화한 분자구조는 빛을 난반사시켜 파란빛을 띠게 됩니다. (사실 펜타이오딘화 이온이 발색에 더 큰 역할을 수행하는 등 아이오딘-전분 반응은 꽤나 복잡하며 아직도 세부 사항이 완전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또 아이오딘 청색반응을 통해 청색값(BV)을 측정하여 전분 내 아밀로스 함량을 파악하는 데 사용합니다. 청색의 강도는 아밀로스의 함량에 따라 달라지는데, 아밀로스 함량이 매우 낮은 찰전분(예: 찹쌀, 찰옥수수)은 아이오딘 반응에서 적자색을 띕니다.

     

    ▲ 원료별 전분의 특징: 곡류, 근경류 등

    식물 원료에 따라 그 물리화학적 특성 - 과립 크기(직경), 아밀로스 함량(AC), 호화온도, 최고점성, 팽윤력, 용해도 등이 달라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은 전분-물의 비율, 가열 속도와 방식, 전처리, 구체적인 식물 품종 등의 변수가 통제되지 않으면 동일한 '맵쌀'을 분석할지라도 연구자마다 다른 결괏값이 나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고구마 품종별 전분 물리화학적 특성. 밤고구마 호박고구마 당근베타카로틴고구마 자색고구마 고구마전분용, 신율미 진율미 호감미 풍원미 주황미 신자미 전미 아밀로스함량 아밀로펙틴사슬길이 저항전분 호화점성

     

    섣부른 일반화에 조심해야 하지만 포슬하고 단단한 밤고구마는 아밀로스 함량이 높은 편이며 식은 후의 최저점성과 최종점성은 낮은 반면, 부드러운 호박고구마는 아밀로스 함량이 낮은 편입니다. 

     

    요리에서 많이 사용하는 감자, 고구마, 옥수수 전분을 비교해 보면, 

    • 최고점성도는 감자(1000) > 고구마(500) > 옥수수(250) 순이며,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기인하지만 감자 전분의 높은 아밀로펙틴 함량과 큰 과립 크기 때문.
    • 바삭한 정도는 옥수수 > 고구마 > 감자 순이며, 여기에도 여러 요인이 있지만 옥수수 전분의 높은 아밀로스 함량, 곱고 매끄러운 입자 표면, 그리고 호화 후 급격한 점성 하락 때문.

    각 전분이 지닌 특성을 살려 요리에 적용해야 하는데, 옥수수 전분만 쓰면 음식이 딱딱해지므로 쫀쫀한 감자 전분을 적절히 섞어주면 좋습니다.

     

    전분의 X선 회절도(Starch X-ray Diffraction)

    물질에 X선을 투과시켜 회절 패턴을 분석하여 물질의 구조를 파악하는 방법을 X선 회절 분석법(XRD)이라 합니다. 다양한 원료의 전분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XRD가 많이 활용되는데, 전분에 X선을 조사하면 빛이 산란되어 동심원으로 이뤄진 X선 회절도가 나타납니다.

    XRD X선 회절 분석법, 전분 구조, A형 B형 C형 V형, 밀 쌀 곡류, 감자 서류 근경류, 호화전분
DOI:10.1016/S0141-8130(98)00040-3
    X선 회절 분석법으로 전분 입자의 복잡한 구조를 파악 (출처: Buléon et al. (1998), 조신호 외 (2014) ❘ Sciencely 재구성)

     

    XRD 그래프의 x축은 브래그 각(2θ)*, y축은 회절강도입니다. 간단하게는 검출기가 측정한 회절강도가 높을수록, 해당 각에서 회절된 빛이 많으며 해당 결정 평면에 원자가 많이 집중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 복잡하게는 이를 통해 물질의 화학 조성, 결정 구조, 결정질 크기 등을 정확히 구할 수 있습니다. XRD로 전분의 구조에 따라 유형화할 수 있는데 A형은 주로 입자가 작은 곡류, B형은 주로 근경류나 아밀로스 함량이 높은 식물에서 관찰됩니다. Vh형은 호화된 전분을 나타내는데, 이는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브래그 법칙에 다르면 결정 구조에서 입사선이 결정 구조에 도달하여 반사하면 입사각과 반사각 사이의 각도는 서로 같은데, 입사각과 반사각이 만나는 각도를 브래그 각이라 함.

     

    2. 전분의 결정성 구조 변화

    전분 과립은 결정성 영역(crystalline region)비결정성(무정형) 영역(amorphous region)*을 둘다 갖고 있는 반결정성 구조를 띕니다. (입장에 따라 무정형 영역이 섞인 결정성 구조라고도 함.) 아밀로펙틴이 동심원의 형태를 이루어 결정성 영역을 구성한다면, 그 사이에 끼어든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의 분지점이 무정형 영역을 구성합니다. 이러한 전분의 구조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셀(micelle) 구조와 유사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결정성 영역을 둘러싸고 있는 무질서한 영역

    전분 과립 입자 구조, 아밀로펙틴, 아밀로스, 결정서 반결정성 구조, 비결정성 무정형 영역, 분지점, 이중나선, 나선, 가지
doi: 10.3390/polym12030641
DOI:10.1016/B978-0-12-746275-2.00006-9
doi: 10.3390/polym14214578
    전분 과립(starch granule)의 구조: 결정성, 비결정성 영역 (출처: Dome et al. (2020), Jane (2009), Gamage et al. (2022) ❘ Sciencely 재구성)

     

    단단한 구조의 생전분(native starch, raw starch)은 물속에서 60-70°C 이상으로 가열됐을 때 결정질에서 비결정질로 바뀌는데, 온도가 높아질수록 전분 입자가 팽창하면서 구조가 파괴되어 무정형의 호화전분(gelatinized starch)이 형성됩니다. 밥을 지을 때 쌀이 밥이 되는 것이 바로 이러한 호화 과정의 여러 예시 중 하나이며, 호화된 전분 입자에는 소화효소가 침투하기 쉬워 소화가 잘 됩니다.

     

    ※주의: 생전분을 β-전분(베타전분), 호화전분을 α-전분(알파전분)이라 부르는 표현은 일본, 한국 등에서 많이 사용되나 서구권 연구에서는 거의 사용치 않아 본 게시글에서는 범용적인 표현인 '생전분'과 '호화전분'을 채택함.

     

    ▲ 전분의 호화와 노화

    호화(gelatinization)는 물 속에서 가열된 전분이 점도 높고 투명 또는 유백색의 콜로이드(교질) 용액을 형성하는 과정입니다. 노화(retrogradation)는 호화된 전분의 콜로이드 용액이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방치되면서 굳으며 반고체의 겔(gel)을 형성하는 과정입니다.

    전분 녹말 호화 노화, 시간-온도 그래프, 반결정성 비결정성 구조, 가열 냉각 장기보관, 아밀로스 아밀로펙틴
    전분의 호화와 노화 현상 시간-온도 그래프 (Sciencely 재구성)

     

    생전분에 냉수를 섞으면 전분 입자가 물속에 부유하거나 퍼지면서 끈적이지 않는 현탁액(suspension)을 만듭니다. 이 전분 현탁액을 가열하면 다음의 기전에 따라 호화되어 결정성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 전분 현탁액을 가열하면 전분 입자가 물을 흡수하는 수화(hydration)가 일어나며 입자가 팽윤(swelling)합니다. 이때 물분자는 전분 내 비교적 느슨한 비결정성 영역으로 침투하고, 결정성 영역은 너무 치밀하여 침투하지 못합니다. 전분은 저온에서 자기 중량의 약 20-30%에 달하는 물을 흡수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는 외관상의 큰 변화가 드러나지 않는 가역적 변화라 건조시키면 원래 상태로 복구가 가능합니다.
    • 전분마다 상이하나 대체로 50-70°C의 호화개시온도(pasting temperature)에 도달하면 점성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이때부터 호화가 본격화되는데, 분자운동이 활발해져 전분 내 수소결합이 끊어집니다. 이로 인해 아밀로펙틴의 이중나선 구조가 풀리면서 사슬이 붕괴되는데, 물이 결정성 영역까지 침투(물 흡수량 급증)하게 되어 아밀로펙틴의 수산기(OH-)와 수소결합을 이루고, 분자 간 간격이 넓어져 과립이 급격히 팽윤합니다. 수용성의 아밀로스 분자 중 일부가 과립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끈끈한 콜로이드 용액은 최고점성최대팽윤을 도달하고, 이 시점을 최대호화라 부릅니다
    • 가열이 지속되면 더 많은 아밀로스 분자가 스며 나오는데, 과립의 결정성 구조가 붕괴되어 용액의 점성이 떨어지다가 차츰 최저점성에 도달합니다. 입장에 따라 이 단계를 호화와 분리하여 '페이스팅(pasting)'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전분 과립 입자 호화 노화 과정 현상. 수화 팽윤 결정성 붕괴 콜로이드 용액 반결정성 회복 겔 젤 형성
    호화-노화 과정 중 전분 과립 속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의 변화

     

    전분 콜로이드 용액을 열원에서 제거하면 냉각(cooling)과 함께 노화가 시작됩니다. 비결정성 구조, 즉 불규칙한 분자 배열을 가진 호화전분은 고온에서 안정적이나 실온이나 그 이하가 되면 불안정하여 원래의 반결정성 구조를 되찾으려고 합니다.

    • 온도가 내려가고 분산되어 있던 아밀로스는 먼저 인접한 아밀로스 분자끼리 수소결합을 형성하며 밀집하는데, 용액의 점성은 조금 상승하나 용해도는 감소합니다. 이 결합은 아밀로스 표면의 수산기(OH-)끼리, 또는 중간에 물분자를 두고 결성됩니다.
    • 시간이 지나면서 아밀로스-아밀로스, 아밀로스-아밀로펙틴 간의 결합이 늘어나고 망상조직(그물구조)이 형성되는데, 콜로이드 용액은 부분적으로 반결정성을 회복하여 반고체의 겔이 됩니다. 이때 전분 속에 긴 사슬을 가진 아밀로스의 함량이 높을수록 노화가 빨리 진행되어, 강한 수소결합이 많이 만들어져 단단한 겔이 형성됩니다. 마찬가지로 아밀로펙틴의 평균 사슬 길이가 길수록 아밀로스처럼 결합을 형성할 수 있는 지점이 많아 단단한 겔이 형성되긴 하지만, 대체로 아밀로펙틴의 함량이 높으면 노화가 늦고 형성된 겔이 말랑합니다. (예: 아밀로스 함량이 높은 도토리묵과 아밀로펙틴 함량이 높은 찹쌀떡)
    • 장기보관(storage)에 이르러 더 많은 시간이 경과되면, 전분 사슬에 결합되었던 물이 방출되는 이액현상(syneresis)가 발생합니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끼리의 결합이 늘어난 만큼 전분의 흡수성이 약화되어 물이 빠져나오고 부피가 줄어듭니다. 이는 전분의 노화를 촉진시키는 냉동-해동 과정을 반복할수록 심해집니다. 

    도토리 전분으로 묵을 쑬 때 호화-노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데, 아밀로스 함량이 높은 도토리 전분은 호화온도가 높아 한참을 끓여야 최고점성을 도달하고 식으면 탱탱하고 모양 잡힌 겔을 형성합니다. 또 중국집에서는 탕수육을 만들 때 소량의 감자전분을 풀어 걸쭉하고 반투명한 소스를 만드는데, 만일 탕수육이 남아 냉장고에 보관해봤다면 다음날 소스가 젤리처럼 굳은 걸 본 적 있을 겁니다. 취반한 밥을 냉동보관했다가 데워서 먹어봤다면 갓 지은 밥과 달리 윤택이 없고 수분이 날아가 딱딱해진 걸 느꼈을 텐데, 노화에 의한 이액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전분 호화 노화 요약. 가열 냉각 보관 에이징. 호화개시온도 호화시작. 수화 팽윤. 최대호화 최고점성. 아밀로펙틴 아밀로스 결정 구조 붕괴 분산. 콜로이드 용액 형성. 최저점성. 재결정 노화. 최종점성 장기보관
    시간에 따른 가열과 냉각을 통해 살펴본 전분의 호화와 노화 (총정리 ❘ Sciencely 재구성)

     

    FAQ: 전분 관련 자주 묻는 질문들

    전분은 우리가 가장 많이 섭취하는 영양소 중 하나인데, 그만큼 전분은 우리의 식사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마지막으로 앞서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전분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들을 답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Q. 전분과 밀가루(소맥분), 글루텐의 차이는?

    밀(소맥)을 분쇄하여 만든 것이 밀가루라면, 전분은 밀 외에도 다양한 식물(쌀, 감자, 고구마 등)을 구성하는 물질 중 하나입니다. 밀가루 안에는 전분 말고도 글루텐을 비롯한 다양한 단백질 등의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글루텐은 밀, 보리, 호밀 등에서 발견되는 단백질로, 물리적으로 손에 의해 치댈수록 글루텐이 많이 형성되어 식감이 쫀득해지는 반면, 전분은 치대봤자 늘어나지 않고 뜨거운 물로 익반죽하여 화학반응인 호화를 거쳐 쫀득하게 만듭니다.

     

    저탄수, 글루텐프리의 목적으로 노밀가루 빵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를 대신하여 쌀가루나 타피오카 전분 등을 사용하는데, 전분은 탄수화물의 일종이기 때문에 저탄수빵이라고 보기엔 어렵습니다. 쌀가루 안에도 쌀 전분이 들어 있고요. 대신 쌀가루와 타피오카 전분을 사용하면 밀가루의 단백질인 글루텐이 없어 글루텐프리의 효과는 볼 수 있습니다.

     

    Q. 멥쌀과 찹쌀의 차이는? (찰녹말)

    멥쌀과 찹쌀의 가장 큰 차이는 식감, 그리고 이에 직접 영향을 주는 아밀로스-아밀로펙틴의 비율이 다르다는 점에 있습니다. 

     

    고슬고슬한 멥쌀은 일반적으로 아밀로스 20%, 아밀로펙틴 80%이며, 쫀득한 찹쌀은 아밀로스 0-5%, 아밀로펙틴 95-100%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끈적이는 성분인 아밀로펙틴이 많은 찹쌀은 찌고 나면 끈적거리는 찹쌀떡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밀로펙틴이 호화 과정에서 물분자를 가두며 물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방해하여 점성을 높임.) 상대적으로 점성이 낮은 멥쌀가루로는 포슬한 식감의 백설기를 많이 만듭니다.

     

    찰녹말(waxy starch)이라 하여 아밀로스가 없는 순수 아밀로펙틴으로 구성된 전분이 있는데, 원료로는 찰옥수수, 찹쌀, 찰감자 등을 많이 사용합니다.

     

    Q. 밀떡볶이에 양념이 잘 배고, 쌀떡볶이 국물이 걸쭉한 이유는?

    밀떡은 말랑하며 씹으면 뚝뚝 끊기는 식감(말랑+쫄깃)이고, 쌀떡은 쫀득(쭈아아안득)합니다. 

    밀떡은 양념이 잘 배서 떡과 양념이 잘 어울리지만, 쌀떡은 양념이 겉돌아 떡과 양념이 독립적으로 놉니다.

    밀떡은 잘 안 붇는 대신 오래 익히면 퍼지고, 쌀떡은 퉁퉁 붇지만 오래갑니다. 

     

    일반적으로 국물떡볶이를 만들 때 밀떡을 많이 사용하는데, 밀가루만 들어간 '밀떡'을 보완하기 위해 요즘은 밀+쌀을 혼합한 밀떡을 많이 사용합니다. 반면 쌀떡은 쌀가루만 사용합니다. 

    밀떡볶이에 양념이 잘 배는 건 사실 밀가루 속 글루텐 성분 덕분인데, 밀가루는 (중력분 기준) 10-13%의 글루텐 단백질과 약 70-75%의 전분으로 구성됩니다. 이 글루텐 단백질은 물을 흡수하며 글리아딘과 글루테닌 단백질이 결합하여 형성되기도 하지만, 글루텐 구조 자체의 밀도가 높아 삼투압이 잘 일어납니다. 삼투압으로 떡볶이 양념이 떡 안 깊숙이 스며들게 됩니다

     

    쌀떡볶이 특유의 이빨에 달라붙는 '쫜득'한 식감은 높은 아밀로펙틴 함량 덕분입니다. 쌀(찹쌀과 멥쌀) 전분은 밀 전분보다 끈적이는 점성 높은 성분인 아밀로펙틴 함량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비록 밀떡에는 점탄성 있는 글루텐까지 들어있지만 식감 측면에서 점성이 쌀떡한테 밀립니다. 물론 밀떡 특유의 탄성 있는 쫄깃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지만요.

     

    쌀떡볶이 국물이 걸쭉한 이유는 전분이 가열되면 호화를 거치면서 전분 속 수용성의 아밀로스 성분이 빠져나오기 때문입니다. 떡국 국물이 걸쭉한 이유도 이 때문이죠. 사실 쌀가루나 밀가루나 전분의 함량이 비슷한데도(쌀가루는 전분이 약 70-80%를 차지), 쌀떡볶이 국물이 더 걸쭉하다고 생각하는 건 조리 방식의 차이 때문일 수 있습니다. 값비싼 쌀떡은 가정에서, 저렴한 밀떡은 식당에서 많이 사용하는데, 푸근히 오래 끓이는 가정식 떡볶이가 즉석에서 빠르게 떡을 완성된 양념에 풀어 만든 외부 떡볶이보다 걸쭉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쌀떡이 밀떡보다 두껍게 썰어져 있어서 양념을 배게 하기 위해 더 오래 끓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Q. 떡이 식었을 때 딱딱해지는 이유는?

    밀떡이나 쌀떡이나, 그 종류와 무관하게 떡은 식으면 유달리 딱딱하게 굳는 것을 관찰했을 겁니다. 이는 떡 속 전분이 식으면서 노화가 진행되며 머금고 있던 수분이 빠져나가고 전분 입자가 굳기 때문입니다. 

    떡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는 말랑한 상태에서 냉동보관하는 게 좋습니다. 상온에서 서서히 노화가 진행될수록 전분이 잃는 수분이 많아지고 재결정화가 많이 이뤄집니다. 반면 영하 15°C 이하의 냉동실에서는 온도가 너무 낮아 전분의 노화가 거의 잃어나지 못하고, 전분은 약간의 노화만 진행된 상태에서 그대로 얼어버립니다. 그래서 급속으로 얼린 떡은 다시 꺼내서 데웠을 때 전분 입자가 물을 잘 흡수하고 팽창하여 원래의 맛과 가까운 맛을 구현할 수 있게 됩니다.

     

    Q. 살이 덜 찌게 밥을 먹는 법은? (찬밥, 저항전분)

    전분은 호화를 거치면 부피가 증가하고 사슬 구조가 끊어져서 체내 소화효소가 작용할 수 있는 표면적이 넓어져 소화가 잘 됩니다. 반면 노화된 전분은 결정성을 부분적으로 회복했기 때문에 소화력이 떨어집니다. 

     

    찬밥, 냉동-해동을 거친 밥은 갓 지은 밥보다 저항전분이 많아 다이어트 효과가 있습니다저항전분(resistive starch)은 소화효소에 의해 잘 분해되지 않는 전분으로, 효소(예: 아밀라아제)에 의해 포도당으로 분해되지 못하여 체내에 흡수되지 못합니다. 즉, 칼로리가 낮고, 급격한 혈당 상승을 막습니다. 노화된 전분은 저항전분의 한 유형 - RS3유형으로 회복된 반결정성 구조 때문에 소화력이 낮고, 또 낮은 온도는 전분의 노화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찬밥이나 냉동했던 밥은 저항전분이 많아 갓 지은 밥보다 살이 덜 찝니다.

    호화를 거치지 않은 전분 가루를 냉장이나 냉동보관 한다고 저항전분이 되지 않습니다. 일반 전분(녹말)이 저항전분이 되는 것은 물 속에서 가열되어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차가워지면서 노화 과정을 거쳐야만 가능합니다.

     


     

    글루텐에 이어, 밀가루를 구성하는 또 다른 핵심 성분인 전분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전분은 우리가 가장 익숙한 탄수화물이지만, 그 속에는 섬세한 과학이 담겨 있습니다. 쌀떡볶이 국물이 걸쭉해지는 것도, 냉동밥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도 모두 전분의 구조 변화에서 비롯되죠.

    식재료의 원리를 이해하면 원하는 식감을 조절하고, 소스의 농도를 완벽하게 맞추며, 심지어 건강까지 고려한 식단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에도 작은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맛있는 한 끼를 넘어, 그 속에 담긴 원리까지 이해하며 더욱 현명하게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연관 전공 식품영양학과, 보건학과, 과학교육과, 화학과, 생명과학과(식물학), 생명공학과, 작물생명과학과
    관련 교과
    「통합과학1」 2. 물질과 규칙성, 3. 시스템과 상호작용
    「통합과학2」 1. 변화와 다양성
    「과학탐구실험2」 1. 생활 속의 과학 탐구
    「전자기와 양자」 2. 빛과 정보 통신

    「화학」 2. 물질의 구조와 성질
    「화학 반응의 세계3. 탄소 화합물과 반응 
    「생명과학」 1. 생명 시스템의 구성, 2. 항상성과 몸의 조절 
    「세포와 물질대사」 2. 물질대사와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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