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정화의 과학] 우린 집에서는 공기청정기를 틀고, 밖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합니다. 그런데 그냥 바깥에도 '거대한 공기청정기'를 둬서 미세먼지를 저감시킬 수 없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공기청정기의 필터와 전기집진 방식을 알아보고, 각각 마스크와 실외 공기정화 장치에 어떻게 접목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일상생활 속 주제를 과학적으로 설명합니다. 자신의 진로희망에 맞춰 과학탐구/과학실험 주제를 만들어 심화학습, 생기부 세특, 수행평가, 동아리, 진로활동, IB 물리·화학·생물 IA나 EE 등에 활용해 보세요 :)
목차
1. 실내 공기정화: 공기청정기
공기 안 좋은 날에는 환기를 시키는 게 나을까, 아니면 갑갑해도 창문을 열지 않는 게 나을까? 집에서 발생하는 생활먼지도 있을 텐데, 바깥에 미세먼지가 기승이라면 고민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지난번에는 야외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에 대해서 살펴봤는데, 공기정화를 설명하기 앞서 실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화학식과 생성 메커니즘에 대해 알고 싶으면 ☞여기☜ 클릭!
▲ 실내공기 오염물질
환경부는 「실내공기질 관리법」에 의거하여 △지하역사, 대합실, 옥내 전시시설, 업무시설 등 다중이용시설¹, △아파트, 연립주택, 기숙사 등의 신축 공동주택, △지하철,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차량의 실내공기에 대해 실내공기질 유지 및 권고기준, 방출기준을 정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법적 관리대상에 신축 공동주택만 있는 건 오염물질 방출 건축자재(예: 접착제, 페인트, 벽지)의 사용을 단속하기 위해서고, 관리대상에 없다고 하여 신축이 아닌 공동주택에 공기 오염물질이 없는 건 절대 아닙니다.
¹이외 공항 여객터미널, 도서관, 박물관 및 미술관, 의료기관, 산후조리원, 노인요양시설, 어린이집, 실내 어린이놀이시설, 대규모점포, 장례식장, 영화상영관, 학원, PC방, 실내주차장, 실내 공연장, 실내 체육시설, 목욕탕 등 포함
여기서 오염물질(air pollutant)은 실내 공기오염의 원인인 가스와 부유 입자상물질 등으로, 인체에 유해하다고 지목된 주요 실내공기 오염물질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중 대부분은 실내외 배출원을 모두 갖고 있어, 현관과 창문을 통해 실내로 유입되기도 하지만 실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성되기도 합니다.
평소 집에서 음식냄새나 악취가 날 때만 환기시켰다면, 생각보다 많은 실내 오염물질이 일상생활 중 알게 모르게 발생한다는 것이 놀라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주택 내 공기오염으로 인해 전 세계 통틀어 1년에 대략 320만 명이 사망하며 이중 23.7만 명이 만 5세 미만 영유아라고 하니 실내공기 오염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 공기청정기 분류와 작동 원리
오염된 실내공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신선한 바깥공기를 들여 쾌적한 공기를 유지하는 걸 환기(ventilation), 바깥 공기의 유입 없이 실내공간의 오염물질을 직접 제거하거나 감소하는 걸 공기정화(air purification, air filtration)라고 정의합니다. 오늘은 후자인 공기정화를 위주로 이야기를 이어 나가겠습니다.
환기로 공기가 충분히 정화되지 않을 때 오염물질을 직접 저감시키는 공기정화를 사용하는데, 공기정화 설비는 크게 오염된 공기를 흡입하여 밖으로 운반하는 후드와 덕트 시스템(in-duct devices)과 공기청정기(air purifiers, portable air cleaners)로 나뉩니다. 공기청정기는 오염된 공기를 흡입하여 정화한 다음 다시 실내로 토출하는 구조의 전자기기로,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제품이 다양한 만큼 각각이 갖추고 있는 구체적인 공기청정 시스템이 상이합니다. 그래도 작동원리에 따라 필터식(fibrous filtering)과 전기집진식(electrostatic filtration), 그리고 이 둘을 결합한 복합식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센서
많은 공기청정기는 먼지 저감과 무관하게 단지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오염도 감지센서(PM센서)를 갖고 있어, 측정된 농도에 따라 강약을 알아서 조절합니다. PM센서는 감지할 수 있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PM1.0센서는 1μm 이하 극초미세먼지, PM2.5센서는 2.5μm 이하 초미세먼지, PM10센서는 10μm이하 미세먼지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환경부의 미세먼지 예보가 PM2.5와 PM10으로 보도되기 때문에, 공기청정기의 PM센서에 따라 바깥공기와 실내 공기를 대조해 볼 수 있겠습니다.
농도 측정 방법에는 레이저 산란법, LED 광산란법 또는 중량 측정법이 있는데, 이중 LED 광산란법이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광산란법(light scattering method)에서 광원이 입자에 부딪혀 산란된 빛을 검출부의 센서가 수신하고, 센서는 감지된 빛의 세기를 전압신호로 변환하고 증폭시켜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전달합니다. 입자 크기에 따라 산란의 정도가 다르며 세기가 다르므로, 센서는 전압 크기에 따라 입자를 구분합니다. 그리고 크기별로 신호 수량으로 개수를 측정하고 부피를 계산하여 밀도를 곱해 질량 농도를 산출합니다. 참고로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간이측정기)도 유사한 센서를 사용합니다.
가정이나 오피스용 공기청정기에는 또 환경의 악취를 감지하는 후각센서(odor sensor)가 많이 탑재되는데, 값싸며 각종 실내공기 오염물질에 대해 민감도와 반응속도가 높은 금속 산화물 소재의 가스 센서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래서 금속산화물 반도체 센서(MOS senso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금속 산화물 소재는 센서 내부로 유입되는 미세입자들과 화학적으로 반응하는데, 이 반응에 따라 반도체인 금속 산화물의 전도도가 변화합니다. 산화물 표면에서 이산화질소와 같은 산화 가스가 금속 산화물로부터 전자를 받으면 금속 산화물의 저항값이 증가(=전도도 감소)하고, 일산화탄소와 같은 환원 가스가 전자를 주면 저항이 감소(=전도도 증가)합니다. 센서는 양쪽에 있는 전극을 통해 전류계로 저항값의 변화를 측정하여 가스를 감지하고 농도를 산출합니다. 악취의 원인 중 하나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산화하며 부산물인 이산화탄소와 물이 만들어지고, 금속 산화물의 저항은 증가합니다. 이러한 냄새센서는 일반적인 가스에 민감하여 가스 선택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저렴한 비용과 높은 안정성 및 구현성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필터식 공기청정기
가장 보편적인 유형인 필터식 공기청정기는 흡입한 공기를 특수섬유로 만들어진 여러 가지 필터에 여과하여 미세먼지와 같은 나쁜 물질을 걸러냅니다.
- 오염된 공기를 기기의 팬 속으로 빨아들입니다.
- 망이나 부직포 형태의 프리필터(prefilter)가 굵은 먼지, 털, 머리카락 등을 1차적으로 걸러냅니다.
- 전처리된 공기는 여러 겹의 기능성 필터를 차례대로 통과하는데, 크게 집진필터(헤파필터)와 흡착필터(탈취필터, 카본필터)로 구분됩니다.
필터식 공기청정기의 핵심인 헤파필터(HEPA filter)는 미세먼지, 진드기, 바이러스, 세균 등을 99% 이상 제거하여 공기를 정화합니다. 여기서 헤파(HEPA, 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는 1983년 미국 에너지부가 만든 표준공기필터효율²로, 현재 해당 섬유필터의 이름이자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헤파필터는 폴리프로필렌(PP),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 또는 유리섬유 가닥을 압축하여 만드는데, 이 불규칙한 섬유층은 촘촘하게 얽혀있어 오염물질을 물리적으로 차단합니다. 또한 헤파필터는 면적을 넓히기 위해 부채와 같이 플리츠(주름)가 잡혀 있어 더 많은 오염물질을 걸러낼 수 있습니다. 필터의 등급은 성능 순서대로 세미헤파 < 헤파 < 울파(ULPA)로 구분되는데, 가정용 공기청정기에서 가장 흔한 헤파 등급은 0.3μm 입자를 99.96-99.995%까지 제거할 수 있습니다.
²헤파필터에 적용된 먼지집진 기술은 2차 세계대전 때 처음 개발됐습니다. 영국 화학전 특수부대가 버려진 독일군 방독면 정화통 속 종이조각을 분석해보니 독성 기체의 여과능력이 뛰어나 이를 복제하여 영국군 방독면을 위해 '절대공기필터(Absolute air filter)'를 만들었습니다. 전쟁 하반기 미국은 원자폭탄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발생하는 공기 중 방사성 오염물질이 우려되어, 영국군의 기술을 전수받아 이를 거르는 필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미군이 개발한 필터는 0.3μm 입자, 화학무기인 겨자가스, 염소가스 등을 우수하게 차단했으나 안타깝게도 방사성 물질은 차단하지 못했고, 종전 후 이 필터는 HEPA란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헤파필터는 충격(impaction), 차단(interception), 분산(diffusion), 그리고 정전기적 인력(electrostatic attraction)의 4가지 기전으로 오염물질을 포착합니다. 프리필터를 통과한 공기 속 오염물질은 △섬유조직에 바로 부딪혀 달라붙거나, △필터의 짜임에 의해 기체 흐름이 방해되어 입자가 흐름에서 벗어나 섬유에 부딪혀 달라붙거나, △기체 속 입자의 무작위한 움직임에 의해 서로 충돌하다 섬유가닥에 걸립니다. 헤파필터는 초고압 전류를 이용해 정전 처리되어 양전하(+)와 음전하(-)가 고르게 퍼져 있어 △전하량을 띄는 입자를 인력으로 끌어 붙입니다. 헤파필터는 공기청정기 외에도 미세 오염물질에 민감한 디스플레이, 반도체, 의료 산업시설의 클린룸에서 사용됩니다.
활성탄소로 만든 카본필터(carbon filter)는 유해가스, 악취, 세균 등을 걸러내기 때문에 탈취필터라고도 부르고 소재인 활성탄 때문에 숯 탈취필터라고도 부릅니다. 카본필터에 사용되는 활성탄(activated carbon)은 액체, 가스, 오염물질을 흡착하는 능력이 뛰어난 다공성 물질(porous material)일 뿐만 아니라, 일반 탄소를 월등하는 넓은 표면적으로 오염물질이 흡수될 수 있는 결합 자리(bonding site)를 많이 제공됩니다. 활성탄은 1g당 면적이 1,000m²이 넘으며, 대체로 0.5-50μm 입자를 걸러낼 수 있습니다. 활성탄은 석탄 같은 탄소원을 열분해로 탄화시켜 고온의 증기로 활성화하는데, 이 과정에서 세포벽이 타 들어가면서 생긴 미세한 공극들이 빈 공간을 채우려고 하여 강한 흡착력을 가집니다. 필터에 주로 사용되는 GAC(granular activated carbon)란 활성탄은 0.2-5mm 지름의 불규칙한 알갱이로 구성됩니다.
카본필터는 약한 분자간 인력인 반데르발스 힘을 통해 오염물질을 활성탄의 공극으로 흡착시킵니다. 카본필터는 악취의 원인이 되는 포름알데히드 같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염소, 탄닌(tannin), 페놀(phenol), 클로라민(chloramine), 황화수소(H₂S) 등을 효과적으로 포착하며, 소량의 철, 수은 등의 금속 또한 어느 정도 잡아냅니다. 그러나 포착하지 못하는 물질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질산염, 아질산염, 암모니아, 불화물, 나트륨, 중금속, 탄화수소, 미생물(박테리아, 바이러스³, 원생생물) 등은 걸러내지 못합니다. 카본필터는 공기청정기 외에도 마스크, 커피 디카페인 과정, 금 채집 등에 사용되며, 탈취 능력이 뛰어나 식수 정화에 많이 사용됩니다.
³바이러스는 입장에 따라 무생물, 무생물과 생물의 중간, 생물로 편입해 비세포성 미생물(acellular microorganism)로 보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필터식 공기청정기는 아주 작은 초미세먼지까지 모든 크기의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합니다. 그러나 큰 제한점으로 주기적인 세척과 관리가 필요하며, 필터의 경우 소모성이라 교체를 해줘야 해서 먼지가 누적될수록 성능이 떨어집니다. 다른 작동원리의 전기집진식 공기청정기를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전기집진식 공기청정기
전기집진식 공기청정기는 공기 속 오염물질을 정전기력을 이용해 하전시켜 강력한 집진력을 가진 집진판에 흡착하여 포집합니다. 전기집진식 공기청정기에는 전기집진기(electrostatic precipitator, ESP)라는 장치가 탑재되는데, 이 전기집진기는 일반 공기청정기보다는 산업 플랜트(예: 발전소, 제철제강로, 시멘트소성로, 소각로 등)에서 주로 사용하며 목적에 따라 공업용 고전압 1단 전기집진기와 소규모 공간에서 사용하는 저전압 2단 전기집진기로 구분됩니다. 고전압 1단 전기집진기를 최초의 공기청정기로 볼 수 있는데, 2차 산업혁명⁴ 말기인 1907년 미국 버클리대 교수인 프레드릭 코트렐(Frederick Cottrell)에 의해 발명되어 일명 '코트렐 전기집진기'라 부르기도 합니다.
⁴2차 산업혁명 때 전기와 석유화학의 발전으로 인한 대량생산이 심각한 대기오염을 일으켰고, 때문에 오염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공기청정기에 사용되는 저전압 2단 전기집진기는 이온화부(ionizing section, 방전부)와 집진부(collector section)로 구성되는데, 이온화부에는 여러 겹의 금속판 사이 가는 와이어(또는 전극봉)가 번갈아 배치돼 있고 집진부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동일한 규격의 금속판들이 나란히 있습니다.
흡입된 공기 속 오염물질은 이온화부에서 발생한 양성 코로나 방전(positive corona discharge)에 의해 (+)전하로 대전됩니다. 구체적으로 와이어에 고전압의 직류(DC)를 공급하면 두 전극 - 와이어(방전극이자 양전극)와 금속판(접지전극) 사이에 불균일한 전기장이 형성되고, 강력한 전기장에 의해 부도체였던 공기가 이온화되어 양이온과 자유전자로 분리됩니다. 양성 코로나 방전이기 때문에 전기장의 방향에 따라 양이온은 바깥으로, 전자는 안쪽으로 와이어를 향해 가속하는데 이때 전자는 전자사태(electron avalanche)란 연쇄반응을 일으켜 빠른 속도로 주변 입자들과 부딪히며 이온화 시킵니다.
충전된 오염물질은 집진부로 이동하고 (-)와 (+) 교차로 대전된 금속판들 사이를 통과하며 반대되는 극성을 가진 음극판(음성으로 대전된 집진판)에 달라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집진판에 오염물질이 두껍게 누적되는데, 장치에 따라 기계적 진동으로 흔들어 제거되거나 흐르는 물 또는 미스트에 의해 낙하됩니다. 공기청정기가 상대적으로 저전압의 양성 코로나 방전을 사용하는 건 방전에 의해 발생하는 오존이 적기 때문이며, 넓은 공간에 많은 분진이 생기는 산업 현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집진력이 강한, 고전압의 음성 코로나 방전을 사용합니다. 고전압 1단 전기집진기에서 음성 코로나 방전(negative corona discharge)이 어떻게 (-)전하를 띤 오염 입자들을 생성하는지 직접 고민해 보세요.(참고)
전기집진식 공기청정기는 기본적으로 필터가 없거나 헤파필터를 생략하는데, 주기적인 교체가 필요한 필터는 유지비용이 발생하지만 전기집진식 공기청정기는 거의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록 미세먼지와 같은 오염물질 저감효과는 필터식 공기청정기보다 떨어지지만 사용하는 공간의 크기나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최적화된 방식일 수 있습니다. 전기집진식 공기청정기는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는 지하철 승강장에 설치된 공기청정기를 생각하면 되는데, 오히려 넓으며 유동인구가 많아 오염농도가 높은 다중이용시설의 특성상 필터식 공기청정기는 필터에 먼지가 빠르게 누적되며 성능이 떨어지므로 부적합할 수 있습니다.
기타 공기청정기
최근에는 필터식 공기청정기와 전기집진식 공기청정기에서 파생된 새로운 공기청정기가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필터식과 전기집진식을 결합한 복합식 공기청정기 외에도, △음이온을 직접 배출해 공기 중 양이온 성분의 오염물질과 결합하여 대전시키거나 중성화시켜 집진판이나 벽 또는 바닥에 흡착시키는 음이온 공기청정기, 이산화티타늄(TiO₂)에 자외선을 조사하여 생성된 OH라디칼과 활성산소로 악취나는 오염물질과 산화/환원반응하여 제거하는 UV광촉매식 공기청정기, 플라즈마로 이온을 생성하여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플라즈마식 공기청정기, 기기 내부로 흡입된 공기를 물과 접촉시켜 공기 속 부유물질을 침전시키는 워터필터식 공기청정기 등이 있습니다.
공기정화와 관련된 학계에서는 전통적으로 공기정화 방식을 (섬유)필터식과 전기(집진)식으로 구분하는 반면, 한국기계연구원(2006)은 공기청정기에 집중하며 더 포괄적으로 다음과 같은 분류표를 제안했습니다:
2. 마스크, 휴대용 공기정화 장치
집진필터(헤파필터)의 역사적 시작이 군용 방독면이었던 거처럼, 사실 필터는 공기청정기와 같은 기계보다 사람이 직접 착용하는 마스크에 먼저 사용됐습니다. 우리가 코로나 시기에 비말을 통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착용했고, 또 공기질이 안 좋은 날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걸러내기 위해 착용했던 두툼한 마스크 - 현재 마스크는 어떤 종류가 있고, 그중 미세먼지 마스크에는 어떤 특별한 필터가 들어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마스크의 종류
시중에서 판매되는 마스크의 종류가 워낙 많아 구분법 또한 다양한데, 가장 간단하게는 마스크의 용도와 관리기관에 따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의 일반 공산품인 방한 마스크와 일회용 부직포 마스크, △노동부의 산업용 방진마스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외품 마스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방한 마스크나 일반 면 마스크는 미세 입자를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며, 산업용 안전인증 방진마스크(KCs마스크)는 일반인보다는 산업현장 근무자한테 적합하다고 합니다. 이는 일부 방진마스크에 달려있는 배기밸브 때문에 숨을 내쉴 때 날숨이 필터를 거치지 않고 외부로 배출되기 때문인데, 코로나 시기에 비말 차단이 중요했어서 권고하지 않았으나 미세먼지와 같은 공기 오염물질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어 착용해도 괜찮습니다. 방진 마스크는 다시 용도나 사용 장소에 따른 차단물질,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비율인 분진포집효율, 공기가 새는 정도인 누설율에 따라 특급 > 1급 > 2급으로 나뉩니다. 참고로 N95, N99, N100마스크는 미국 규격으로, 미국의 국립 직업안전위생연구소(NIOSH)가 관리하는 에어로졸 차단 마스크입니다.
식약처 허가 의약외품 마스크는 크게 △보건용 마스크, △수술용 덴탈 마스크, 그리고 △비말차단용 마스크로 나뉩니다. 보건용 마스크(KF마스크)는 KF(Korea Filter) 수치에 따라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는 비율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KF80은 평균 0.6μm 크기의 입자를 80% 이상, KF94와 KF99는 평균 0.4-0.6μm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와 99% 이상 차단합니다. 수술용 덴탈마스크가 있는데, 날이 더울 때는 두꺼운 보건용 마스크보다 얇고 가벼운 덴탈마스크를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덴탈마스크는 의료진에게 우선 공급되는데, 인증 없는 일반 일회용 마스크와 닮았지만 MB필터와 방수 기능이 있습니다. 그리고 2020년 신설된 비밀차단용 마스크(KF-AD마스크)는 'Anti Droplet(미세 침방울 차단)'이란 의미의 AD가 붙어 있어 최소 직경 5μm인 비말을 차단하는데, 코로나 시기에 숨쉬기 불편한 기존 보건용 KF마스크를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덴탈마스크와 유사한 입자 차단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덴탈마스크와 비말마스크 모두 보건용 마스크보다는 미세먼지 차단 기능은 조금 떨어진, 평균 0.4-0.6μm 크기의 입자를 55~80% 이상 차단합니다.
▲ 보건용 마스크의 필터와 성능 검증
식약처는 표준화된 시험을 개발·적용하여 의약외품 마스크의 품질관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스크 중 보건용 마스크(일명 미세먼지 마스크)는 주로 멜트블로운(MB) 필터와 정전기 필터가 들어갑니다.
MB필터는 폴리프로필렌(PP) 섬유에 고온('멜트' melt)과 고압의 바람('블로운' blown)으로 짧은 섬유를 가늘게 늘이는 연신공정과 접착공정을 수행하여 만든 극세사 섬유 부직포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앞서 본 헤파필터처럼, 섬유가 직각으로 교차하지 않고 무작위로 엉켜있어 틈이 좁아 미세 입자를 효과적으로 포집합니다. 정전기 필터는 일반 섬유 필터를 정전 처리하여 제작하는데, 골고루 퍼진 (+)과 (-)전하가 전하를 띤 미세 입자를 인력을 끌어당깁니다. 보건용 마스크 중에는 MB필터만 들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공기 오염물질 포집율을 높이고 싶다면 정전기 필터를 별도로 부착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수술용 마스크도 수술 중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스며들지 않도록 막아야 하기 때문에 액체 저항성이 뛰어난 MB필터를 사용합니다.
2022년 개정 가이드라인⁵ 기준, 보건용 마스크(KF마스크)는 △분진포집효율시험, △안면부 흡기저항시험, △누설률 시험 등의 시험을 통과해야 식약처 승인을 받고 "미세먼지 마스크"라는 이름으로 판매 및 유통이 가능합니다.
⁵식품의약품 안전처(2022.5.) 보건용 마스크의 기준 규격에 대한 가이드라인 [민원인 안내서]
- 분진포집효율시험은 마스크가 얼마나 공기 중 분진을 잘 포집하는지 측정하는데, 다른 입자의 방해가 없는 클린룸 안에서 염화나트륨(NaCl)과 파라핀 오일 시약을 뿌려 마스크 안면부 통과 전후의 시약 농도를 측정하고 분진포집효율을 계산합니다. 평균 지름은 0.6μm(분포 0.04-1.0μm)의 염화나트륨 에어로졸을 3분 간 유량 95L/min, 농도 8±4 mg/m³로 안면부를 향해 분사하고 통과 전후의 농도를 측정하고, 동일한 조건으로 또 평균 지름 0.4μm(분포 0.05-1.7μm)인 파라핀 오일 미스트로도 반복합니다.
- 안면부 흡기저항시험은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의 호흡 용이성을 측정하는데, 사람의 얼굴 모양과 유사한 시험인두에 마스크를 밀착 착용시키고 공기를 연속적으로 30L/min 통과시켜 압력 차이(차압, Pa)을 측정합니다. 이때 압력차가 작을수록 숨쉬기가 편한 걸 의미합니다.
- 누설률 시험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활동했을 때 공기가 새는 정도를 측정하는데, 호스가 연결된 마스크를 착용한 남녀 시험대상자 10명이 한 명씩 염화나트륨 에어로졸이 분무되는 챔버 안에서 러닝머신을 걸으며 5가지의 동작을 수행합니다. 누설률은 분무되는 시약 농도, 실제 측정된 시약 농도, 그리고 흡기와 배기 전체시간으로 계산합니다.
3. 실외 미세먼지 저감 기술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원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이상적이나 복합적인 문제이기에 임시방편으로 실외 공간에 대해 국소적인 미세먼지 저감 방식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현재 개발된 기술 중 몇 가지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 공기 순환 및 포집 방식: 스모그 프리 타워
야외에 그냥 커다란 공기청정기를 세우면 안 될까? 이러한 발상을 실현시킨 것이 네덜란드 건축·디자인연구소 스튜디오 로세하르데의 '스모그 프리 타워(Smog Free Tower)'입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중국 베이징·톈진, 폴란드 크라쿠프,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그리고 우리나라 안양에 설치된 이 스모그 프리 타워는 일반 공기청정기처럼 미세먼지가 함유된 주변 공기를 포집-처리-토출하는 순환 과정을 통해 정화시킵니다. 스모그 프리 타워는 필터식이 아닌, 전기식 - 그중에서도 양이온식 공기정화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타워 안쪽의 코일에 교류(AC)를 흘려주면 전기장이 형성되고 주변의 공기에서 전자가 뜯겨 나가 양이온으로 이온화됩니다. 양이온은 다시 정전기적 인력을 통해 공기 중 극성을 띄는 일산화탄소(CO), 질소산화물(NOx) 등의 오염물질을 끌어당겨 덩어리로 뭉치고 무게 때문에 타워 바닥이나 벽면에 가라앉아 붙습니다.
고작 높이 7m의 이 타워는 적은 전력으로 시간당 30,000m³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데, 사실 기술적으로 더 크게 만드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작자인 건축가 단 로세하르데는 자신의 작품에 기능만큼이나 사람들한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의의를 두며, '굳이' 더 키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이 '스모그 프리 타워'를 예술과 기술을 결합한 하나의 작품으로 보며, 시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작은 휴식처를 마련하는 동시에 청정한 환경을 만들어야 된다는 시민의식 고취에 기여하고자 했습니다.
반면 2018년 중국 시안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공기청정기'란 별명을 가진 100m 높이의 공기정화 탑이 세워졌습니다. 오염된 공기는 탑 하부의 거대한 유리온실을 통해 유입되어 태양열로 데워지면서 상승하는데, 필터가 촘촘하게 설치된 탑을 통과하며 정화되고 굴뚝을 통해 배출됩니다. 탑은 동서남북에 따라 다른 필터가 탑재됐는데, 북측은 정전기 필터, 동측과 서측은 고효율 섬유 필터, 그리고 남측은 나노소재 필터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다만, 탑 1개를 설치하는 데 한화로 약 22억 원이 들었다고 하며, 태양열만으로 공기가 충분히 데워지지 않아 송풍기를 돌려야 해서 전력 소비량이 크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2019년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이 '시안 공기정화 탑'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논문이 발표됐는데, 이에 따르면 서울시에는 동일한 정화 탑을 1만 대 설치하면 미세먼지 농도가 최대 78.4%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공기정화 탑의 효과성을 진단하기 어려운 이유는 실외 미세먼지 저감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무수히 많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풍량과 풍속(바람이 많을수록 미세먼지가 많이 유입되지만 필터를 통과하며 정화되는 공기 또한 증가), △시간대(낮시간대 대기혼합고가 높아 밤시간대보다 공기정화가 어려움) 등이 있습니다.
공기정화탑은 오염도가 높은 공기만 선택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낮습니다. 또한 실외에서는 정화된 공기가 금방 주변 오염된 공기와 뒤섞이기 때문에 바람이 어떻게, 또 얼마나 부는지에 따라 탑의 성능이 천차만별입니다.
▲ 반응 물질 살포 방식: 살수, 인공 강우
지난 번에 사실 미세먼지가 생성되는 과정은 지구가 자기정화하는 과정의 일부라 했는데, 대기에 떠다니는 미세 입자가 소명되는 방식에는 미세먼지 형태의 건식침착(dry deposition)과 산성비 형태의 습식침착(wet deposition)이 있습니다. 반응 물질을 공기 중에 살포하여 바닥으로 내리는 방식은 습식칩착의 일종이라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인공 강우(cloud seeding) 방식은 날씨 변조(weather modification)⁶의 일종으로, 인공의 '구름 씨앗(cloud seed)'이 되어줄 요오드화은(AgI), 요오드화칼륨(KI), 드라이아이스 등의 화학 물질을 살포하고 구름 입자를 뭉치는 응결핵(또는 빙정핵)의 형성과 결합을 촉진시켜 강수가 내리도록 합니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서의 인공강우 활용가능성은 국내외 학계에서 여전히 언급되고 있으나, 2024년 말 현시점까지도 아직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됩니다. 이는 유의미한 제거 효과가 있으려면 시간당 강수량이 10mm 이상이어야 하는데, 아직 기술이 이에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⁶자연 재난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 지역의 기상 현상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기상 기술
살수 방식은 도로 청소차를 이용하여 일반적인 물을 뿌려 도로에 차량 등으로 발생한 미세먼지가 도로변, 주거 및 사무 지역으로 비산하지 않도록 돕습니다. PM10 미세먼지에 대해서 이 방식은 약 30%의 평균 저감률을 보였는데, 아쉽게도 살포되는 물의 양에 대비하여 PM2.5 초미세먼지 저감효과는 낮다고 합니다. 그래도 도로가 청소되어 도시 미관에도 좋고, 여름에는 기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 우리나라에서는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새로운 미세먼지 저감 기술
이밖에 다양한 전문가들이 협력하며 새로운 미세먼지 저감, 공기정화 방식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1년에 국내 연구진이 정전기력을 활용하여 방어막을 형성하고 미세먼지를 방어막 밖으로 밀어내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대전된 미세액적을 공중에 분무하여 전자가 방출시키고, 전자가 미세먼지에 붙어 대전되면 척력에 의해 땅이나 바깥쪽으로 밀려 나가는 원리입니다. 또 한국전기연구원(KERI)에서는 성균관대와 함께 대전된 물체가 대전되지 않은 물체를 끌어당기는 유전영동(dielectrophoresis) 현상을 응용하여 미세먼지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실외 공기정화에는 아직 뚜렷하게 효과성을 증명한 방식이 등장하지 못하여, 많은 전문가한테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다행이도 깨끗한 공기를 위한 노력은 실험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 완벽한 해결책은 없지만,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더 맑은 하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술 혁신과 우리의 실천이 함께할 때, 비로소 숨 쉬는 공기가 달라질 것입니다. 더 깨끗한 숨을 쉬는 내일을 위해,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참고자료
김석철, 윤정임(2019). 외부에서 도시공간으로 유입된 고농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공기정화 탑과 차량부착 정화장치의 효과 추정. 한국대기환경확회지, 35(3): 346-356. https://doi.org/10.5572/KOSAE.2019.35.3.346
전종현(2018). 도심의 거대 공기청정기, 프러포즈 장소로 인가?: [인터뷰] '스모그 프리 프로젝트' 진행하는 네덜란드 건축가 단 로세하르데. 오마이뉴스. https://omn.kr/ww7r
한국전기연구원(2019). 미세먼지 마스크에 숨은 과학! 그 원리는? 한국전기연구원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keri_on/221466723162
Q. 미세먼지를 99.99% 걸러내는 무적의 헤파필터?
A. 헤파필터(HEPA필터)는 PTFE나 유리섬유 가닥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미세입자를 효과적으로 흡착시킵니다. 헤파필터 중 일부는 또 정전 처리되어 인력을 통해 극성을 띄는 미세입자를 끌어당깁니다.
Q. 거대 공기청정기로 실외 공기를 정화할 수 있을까?
A. 스모그 프리 타워, 또는 공기정화탑은 거대한 공기청정기처럼 야외에 설치되어 주변 공기를 흡입-처리-토출하며 정화시킵니다. 그러나 제한점도 있는데, 비선택적인 공기 처리와 국소적인 효과 때문에 아직 그 효과성이 입증되지 못했습니다.
연관 전공 | 환경공학과, 신소재공학과, 지구환경과학과, 기계공학과(나노입자), 산업보건학과, 환경교육과 |
관련 교과 |
「통합과학2」 2. 환경과 에너지, 3. 과학과 미래 사회 「과학탐구실험2」 1. 생활 속의 과학 탐구 「물리학」 2. 전기와 자기, 3. 빛과 물질 「전자기와 양자」 1. 전자기적 상호작용, 2. 빛과 정보 통신 「물질과 에너지」 1. 물질의 세 가지 상태 「기후변화와 환경생태」 3.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노력 |
이 포스팅이 재밌거나 도움이 되었다면 공감과 댓글 부탁드리겠습니다!
▼
'과학 이야기 > 실생활 속 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조배터리 폭발 위험? 리튬 이온 전지의 구조와 원리로 답하다 (0) | 2025.02.15 |
---|---|
스테비아 토마토는 가공식품? 대체당이 달지만 살 안 찌는 원인 (2) | 2025.02.08 |
화재도 버티는 스탠리 텀블러의 과학 비밀, 그리고 최초의 보온병 (2) | 2025.01.28 |
빵 속 글루텐 단백질, 면역학으로 보는 글루텐프리와 살 찌는 이유 (1) | 2025.01.22 |
미친 발광력의 아이돌 응원봉, LED 발광원리는 반도체?! (4) | 2025.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