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응원봉의 과학] 콘서트나 공연장에서 관객과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아이돌 응원봉. 화려한 발광력을 자랑하는 아이돌 응원봉에는 어떤 과학·기술이 적용되어 있을까요?
평소 궁금하거나 관심 있던 일상 속 현상을 공부하고, 자신의 진로희망에 맞춰 과학탐구/과학실험 주제를 만들어 심화학습, 생기부 세특, 수행평가, 동아리, 진로활동, IB 물리·화학·생물 IA나 EE 등에 활용해 보세요 :)
목차

1. 빛의 생성: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빛
일상에서 매우 자주 사용되는 '빛'이라는 단어, 과학적으로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빛(light)
- 좁은 의미로는 인간이 시신경을 통해 볼 수 있는 가시광선 영역의 전자기파를 일컫는 경우도 있지만, 물리학에서는 주로 가시광선 외에도 X선, 자외선, 적외선, 마이크로파 등 모든 영역의 전자기파를 의미함
- 빛은 파동으로도 입자로도 설명할 수 있으며, 이를 빛의 이중성이라고 함
빛을 파동으로 설명하자면, 빛은 전자기파이기 때문에 진공에서의 빛의 속력(c)이 3.00×108 (m/s)로 일정합니다. 파동의 속력은 파장(λ)과 진동수(f)를 곱하여 나타내며, 그래서 진동수가 큰 빛은 파장이 짧고, 반대로 진동수가 작은 빛은 파장이 긴 반비례 관계를 갖습니다.


한편, 빛을 입자로 설명할 때에는 전자기파의 에너지가 특정한 진동수를 갖는 광자를 기본 단위로 하여 양자화됨을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빛이 갖는 에너지를 진동수가 f 인 광자 1개의 에너지 E 로 표현하며, 다음 공식과 같이 플랑크 상수 h 를 이용하여 계산합니다.

※ 여기서 h는 플랑크 상수로, h = 6.62 x 10-34 (J·s)
종합하면, 빛에너지는 진동수가 클수록, 파장이 짧을수록 큽니다.
▲ 빛의 생성
태양이나 별처럼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빛도 있지만, 우리는 우리가 원할 때 빛을 생성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원자가 에너지를 얻어 들뜬상태에 있다가 곧바로 얻었던 에너지를 내놓으면서 안정된 상태(바닥상태)로 되돌아가려고 할 때, 원자가 내놓은 에너지에 대응하는 진동수의 빛이 방출되는 원리를 이용합니다.
들뜬 상태(excited state) ↔ 바닥 상태(ground state)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입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는 연속적이지 않고 불연속적인 특정 에너지 수준으로 양자화되어 있음 ※ 참고로, 고전역학에서는 물체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예를 들어, 위치에너지)가 연속적으로 표현되는 변수(위치에너지의 경우, 높이가 연속적인 값을 가질 수 있으며 1, 2, 3, ⋯ 과 같이 분절적이지 않음)로 계산되기 때문에, 연속적인 에너지 스펙트럼을 가짐 입자가 허락된 에너지 수준 중 가장 낮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경우 바닥 상태에 있다고 하며, 입자가 가장 안정된 상태에 있음을 의미함 이외의 에너지 준위는 입자가 들뜬 상태에 있음을 의미하며, 이때의 입자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방출하고 바닥 상태로 가려는 경향을 가짐 ![]() |
이어서 일상생활 속에서 이 원리를 이용하여 빛을 발생시키는 사례를 알아보겠습니다.
2. 화학 발광의 원리를 이용한 야광 팔찌
다들 한 번쯤은 어두운 곳에서 하는 축제나 공연에서 흥을 돋우기 위해 야광 팔찌를 써본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최근에 틱톡에서는 야광 스틱을 이용해 '야광봉 댄스'를 추는 영상이 유행하기도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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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 스틱이 빛을 내게끔 하기 위해서는 야광 스틱을 구부려 얇은 유리관을 깨뜨려 화학 발광을 일으켜야 합니다. 여기서 화학 발광(chemiluminescence)이란 화학반응을 통해 들뜬상태가 된 분자가 바닥상태로 내려오면서 빛에너지(특히 야광 스틱의 경우, 가시광선 영역에 해당하는 빛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야광 스틱의 외피와 유리관 사이에는 다이페닐 옥살레이트(C14H10O4)와 염료가 들어있고, 유리관 속에는 과산화수소(H2O2)가 들어있습니다. 야광 스틱을 구부려 다이페닐 옥살레이트가 과산화수소와 만나면, 화학반응을 거치며 염료가 에너지를 얻어 들뜬상태가 되는데, 곧바로 바닥상태로 내려가며 광자를 방출합니다. 주입하는 염료의 종류에 따라 야광 스틱이 내는 색상이 정해집니다.
야광 스틱의 화학 발광 반응식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유리관 속의 과산화수소가 다이페닐 옥살레이트를 산화시켜 페놀과 1,2-디옥세탄디온(불안정한 탄소 산화물)을 생성함
- 1,2-디옥세탄디온은 빠르게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며 염료에 에너지를 방출하여, 염료가 들뜬상태(dye*)가 됨
- 들뜬상태의 염료는 hf 의 에너지를 가진 광자를 방출하며 바닥상태로 떨어짐
화학 발광의 경우, 별도의 전력이 필요 없고 휴대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야광 스틱은 보통 3~6시간 정도로 발광 지속 시간이 짧고, 재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사용되는 화학물의 종류와 양에 따라 더 밝은 빛을 방출하지만 발광 시간이 5분도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야광 스틱을 사용하다가 과다한 힘을 가하게 되면 내부의 화학물질이 눈에 튀거나 이를 삼키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화학 발광 과정에서 독성 물질로 알려진 페놀이 생성되는 등 위해 소지가 있기 때문에, 사용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3. 전기 발광의 원리를 이용한 아이돌 응원봉
그렇다면 콘서트나 공연장에서 관람의 재미를 높이고 팬들 내부의 끈끈한 결속력을 높이는 응원 도구인 응원봉에 '화학 발광'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 적절할까요? 주입된 염료에 따라 방출하는 빛의 색이 정해져 있다는 점, 재사용이 어렵고 발광 시간이 짧다는 점, 자칫 격하게 흔드는 경우 위험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화학 발광을 사용하기에는 그 한계가 명확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돌 응원봉은 어떤 원리로 빛을 생성하는 것일까요?
앞서 야광 팔찌는 화학 발광의 원리를 이용해 화학반응을 통해 들뜬상태의 입자가 생성되었다면, 아이돌 응원봉에서는 전기 발광(electroluminescence)의 원리를 이용해 전류가 흐를 때 들뜬 상태의 입자가 바닥상태로 내려가게끔 합니다.
전기 발광은 p-n 접합 다이오드의 일종인 LED(발광 다이오드, light-emitting diode)를 이용합니다.
반도체(semiconductor)의 종류
- 반도체는 상온에서 전기 전도율이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정도인 물질로, 반도체에 불순물(도펀트, dopant)을 첨가(도핑, doping)하면 높은 전기 전도율을 가지게끔 할 수 있음
- p형 반도체는 원자가 전자가 4개인 원자(예: 실리콘(Si))에 원자가 전자가 3개인 원자(예: 붕소(B), 갈륨(Ga))를 도핑하여 주변 원자로부터 전자를 얻고자 하는 양공을 가지고 있음
- n형 반도체는 원자가 전자가 4개인 원자(예: 실리콘(Si))에 원자가 전자가 5개인 원자(예: 인(P), 비소(As))를 도핑하여 원자에 약하게 구속되어 쉽게 떠날 수 있는 자유전자를 가지고 있음

P-N 접합 다이오드(p-n junction diode)
- p-n 접합 다이오드는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를 인접하게 두어 전류가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도록 제어하는 소자로, p형 반도체에 (+)극을, n형 반도체에 (-)극을 연결하는 순방향 전압이 걸린 경우에만 전류가 흐름
- 아래 그림처럼 p-n 접합 다이오드에 순방향 전압을 걸어주면, n형 반도체의 자유전자가 (-)극으로부터 나온 전자에 의해 p형 반도체쪽으로 이동하고, 동시에 (+)극으로부터 밀려나온 p형 반도체의 양공과 결합하여 (+)극에서 (-)극 방향으로 전류가 흐름

※ 전류가 (+)에서 (-)로 흐른다는 것은 도선 속 전자는 (-)에서 (+)로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LED(발광 다이오드, light-emitting diode)는 p-n 접합 다이오드와 동일하게 n형 반도체의 자유전자와 p형 반도체의 양공이 결합하는데, 그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빛이 방출되며, 방출되는 빛의 파장은 p-n 접합을 이루는 소재에 따라 결정됩니다.

아이돌 응원봉에는 LED를 사용하는 것이 화학 발광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적합한데, 원하는 밝기와 색깔로의 조정이 용이하며, 야광 스틱과 달리 충전하여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응원봉의 밝기: LED의 종류, LED에 흐르는 전류의 세기
아이돌 응원봉 중에는 유난히 밝은 것으로 유명한 응원봉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샤이니의 응원봉(특히 '샤베트'라고 불리는 비공식 응원봉)은 야외나 합동 공연에서 그 존재감을 톡톡히 밝힙니다. 세븐틴의 응원봉('캐럿봉')은 리더의 적극적인 건의로 응원봉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며 더욱 밝게 개선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응원봉에서 유난히 밝은 빛이 나오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사용하는 LED의 종류와 LED에 흘려주는 전류의 양에 따라 '발광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고휘도 LED를 사용하는 경우, 응원봉의 밝기가 더욱 밝아지며, LED에 흐르는 전류의 양이 많을수록 그 밝기를 극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 휘도(Luminance)는 일정 면적을 통과하여 일정 입체각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나타내는 값으로, 고휘도 LED를 사용하는 경우 햇빛이 센 야외에서도 밝고 선명하게 빛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상황과 주변 환경에 맞게 빛의 밝기를 조절하는 섬세함이 필요합니다. 응원봉이 지나치게 밝은 경우, 실내 공연장에서 무대 연출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기도 하고 너무 밝은 빛이 유발하는 눈부심이 주변 관객의 관람을 방해(이른바 '눈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응원봉에는 공연장에서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불편함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 응원봉의 색깔: 켜지는 LED의 색과 밝기
오늘날의 응원봉은 더 이상 가수의 상징색 하나만을 내지 않고, 음악과 분위기에 맞게 다양한 색을 내며 공연의 재미를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하나의 응원봉으로 여러 가지 색을 내는 것, 어떻게 하는 걸까요?
위에서 살펴봤듯이, LED에서 발광되는 빛의 파장은 p-n 접합을 이루는 소재에 따라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노란색 LED는 주로 갈륨 비소 인(GaAsP)으로 도핑된 다이오드를 이용하는데, 원자가 전자가 3개인 갈륨(Ga)과 원자가 전자가 5개인 비소(As)나 인(P)의 배합률을 조절하면 대략 580nm의 파장을 갖는 빛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우리는 노란색 빛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돌 응원봉에는 주로 3색 LED가 바 형태로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빛의 3원색인 빨강(R), 초록(G), 파랑(B) LED를 조합하면 굉장히 많은 색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익히 알려진 노랑(yellow, R+G), 시안(cyan, G+B), 마젠타(magenta, B+G), 흰색(white, R+G+B) 외에도, 예를 들어 주황색을 만들고 싶다면 빨간색 LED는 100% 밝기로 하고 초록색 LED의 밝기는 50% 정도로 조절하면 됩니다.

▲ 충전하여 재사용 가능한 아이돌 응원봉
LED는 휴대용이더라도 충전 가능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여 전류를 흘려주면 전기 발광이 일어나기 때문에, LED를 사용한 응원봉은 여러 번 방전되더라도 충전하여 재사용 가능합니다. 이는 화학 발광과 비교했을 때, 가장 유용한 특징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는데, 혹시 그래도 가능한 오래 응원봉의 빛을 켜놓은 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가 원하는 색을 만들기 위해 3색 LED를 적절히 점등하는데, LED에 불이 켜지는 것은 곧 전류가 흐르고 있음을 의미하기에, 가능한 적은 개수의 LED의 불을 키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흰색을 내기 위해서는 R, G, B의 3색 LED가 모두 켜져야 하는 반면, 빛의 3원색에 해당하는 색을 내기 위해서는 하나의 색에 해당하는 LED에만 전류를 흘려보내주면 됩니다.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정전 등의 재난 상황에서 어쩌면 유용할 수도 있겠네요.

4. K-응원봉의 진화
최근의 K-응원봉은 진화를 거듭하여 응원하는 아이돌 그룹을 상징하는 색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음악의 분위기와 비트에 맞춰 색과 반짝임을 조절하며 공연에 재미를 더합니다.

예를 들어, 엑소의 콘서트에 가면 응원봉('에리디봉')에는 블루투스 페어링 기능이 적용되어 있어 큰 공연장을 형형색색의 빛으로 꽉 채우고, 노래나 멤버의 특징에 맞게 현란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또한 트레저의 응원봉('트라이트')에는 음악에 반응하여 자동으로 응원봉의 색을 바꿀 수 있는 기술(라이브 반응 모드)이 적용되어 있어 팬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관객과 아티스트를 연결하여 공연의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아이돌 응원봉.
특히 최근에는 우리나라식 평화시위에서는 응원봉으로 즐겁고 개성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불의에 맞서는 수단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이돌 응원봉은 더 이상 단순한 '빛나는 막대기'가 아니라 공연의 어엿한 무대 장치이며,
추위에도 오래 밝은 빛을 내며 우리나라 곳곳을 환히 밝힌 촛불입니다.
우리의 일상과 감정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 새로운 경험을 가능케 하는 과학,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빛나고 있는 과학을 발견하고 함께 즐겨봅시다:)
참고자료
- What is Chemiluminescence? @ Science in School (https://www.scienceinschool.org/article/2011/chemiluminescence/)
- LED의 원리 @ 자바실험실 (https://javalab.org/led/)
- How LED works @ VirtualBrain (https://youtu.be/9BDTtcRMxpA?si=Wk3nVW-vWlT3PnHj)
Q. 미친 발광력을 자랑하는 K-응원봉의 원리는?
A. LED(발광다이오드)는 전류가 흐를 때 반도체의 전자와 양공이 결합하며 빛을 방출(전기 발광)하는데, 아이돌 응원봉은 반도체의 종류를 달리하여 만든 3색(RGB) LED를 회로를 통해 정교하게 조절하여 방사되는 빛의 색과 밝기를 결정합니다.
Q. 뿌드득 구부리면 빛나는 야광팔찌의 원리는?
A. 야광팔찌 속 화학 물질(다이페닐 옥살레이트, 과산화수소)이 반응하는 과정에서 염료가 에너지를 얻어 들뜬상태에서 바닥상태로 이동하는데, 이때 빛에너지가 방출됩니다.
연관 전공 | 전자공학과, 화학공학과, 재료공학과, 반도체공학과, 물리학과, 공연예술학과 |
관련 교과 | 「통합과학1」 1. 과학의 기초, 2. 물질과 규칙성 「통합과학2」 3. 과학과 미래 사회 「과학탐구실험1」 2. 과학 탐구의 과정과 절차 「과학탐구실험2」 1. 생활 속의 과학 탐구 「물리학」 2. 전기와 자기, 3. 빛과 물질 「전자기와 양자」 1. 전자기적 상호작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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