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이야기/실생활 속 과학

비싼 니트도 보풀이 생기는 이유, 울 섬유의 구조와 화학 결합

해리체리T2 2025. 1. 5. 02:55

[뜨개의 과학] 

보풀이 잘 생기고 세탁 시 변형되는 경우가 있어 관리하기 까다로운 니트,

니트를 구성하는 울 섬유가 어떤 특성을 가지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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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전공 화학공학과, 의류학과, 재료공학과, 섬유공학과, 신소재공학과, 환경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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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교과
「통합과학1」 2. 물질과 규칙성, 3. 시스템과 상호작용
「통합과학2」 3. 과학과 미래 사회

「화학」 4. 역동적인 화학 반응
「화학 반응의 세계」 1. 산 염기 평형, 2. 산화·환원 반응, 3. 탄소 화합물과 반응
「생명과학」1. 생명 시스템의 구성
「세포와 물질대사」 1. 세포, 2. 물질대사와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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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온성이 뛰어나 많은 사람들이 즐겨 입는 니트(knit)

편물 방식 (출처: threadden.net)

 

실이 고리 모양을 이루어 앞선 고리에 고리가 결합하는 방식(편물, knit)으로 만들어진 옷감으로,

니트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질감을 자랑합니다.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관리하기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쉽게 보풀이 생기고, 조심히 세탁·건조하지 않으면 사이즈가 변형됩니다.

특히 울끼리 뭉쳐 뻣뻣하게 변하는 펠팅(felting) 현상이 일어나면, 아쉽게도 아래 그림처럼 니트 특유의 부드러움과 유연함을 잃고 사이즈도 크게 바뀌어버립니다. 보풀이 나는 것도 이러한 펠팅 현상의 일부에 해당합니다.

니트 편물(좌)이 펠팅된 모습(우) (출처: Petals to Picots)

 

이번 글에서는 니트가 변형되는 이유를 알기 위해 니트의 원재료인 울의 성분과 구조를 공부하고,
펠팅 현상이를 해결하기 위한 처리 공정을 과학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단백질: 생명체를 이루는 복잡하고 정교한 고분자 

단백질은 그 구성 요소인 아미노산이 여러 가지 화학 반응을 통해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 고분자 유기 화합물로,

생명체 내 구조를 형성하고, 각종 화학 반응을 촉매하거나 물질을 운반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단백질의 구조는 다음과 같이 4가지로 구분됩니다.

  • 1차 구조: 펩타이드 결합을 통해 연결된 폴리펩타이드 사슬
  • 2차 구조: 수소 결합에 의한 폴리펩타이드 사슬의 국소적인 3차원 구조 ( ¹ 알파 나선, ² 베타 가닥, ³ 베타 병풍 구조 )
  • 3차 구조: 이온 결합, 수소 결합, 이황화 결합, 소수성 및 친수성 상호 작용 등에 의한 폴리펩타이드 사슬의 복잡한 3차원 구조
  • 4차 구조: 소수성 결합에 의해 여러 개의 폴리펩타이드가 하나의 단백질로 기능하는 형태

또한, 단백질은 그 형태에 따라 섬유상 단백질(fibrous protein)과 구상 단백질(globular protein) 등으로 구분합니다.

섬유상 단백질(좌)과 구상 단백질(우) (출처: Unacademy)


 울의 성분과 구조 

오늘 살펴볼 울(wool)은 섬유상 단백질인 케라틴(keratin)서로 평행한 긴 가닥으로 형성되어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케라틴(keratin)
  • 동물의 털, 깃털, 손톱, 발톱 등을 구성하는 섬유 단백질의 한 종류
    • 알파 케라틴(α-keratin): 척추동물의 털, 피부 표피, 뿔, 손톱, 발톱, 발굽 등을 형성함
    • 베타 케라틴(β-keratin): 파충류의 손톱, 비늘, 발톱, 그리고 새의 깃털, 부리, 발톱에서 발견됨

 

울은 양이나 산양유, 낙타 등 척추동물의 털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알파 케라틴(α-keratin)을 주성분으로 하며,

울 섬유에서는 알파 케라틴 단백질의 4가지 구조를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울의 구조 (출처: k18hairpro, Sciencely가 재구성)

 

울 섬유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알파 케라틴 단백질의 구조
  • 1차 구조: 아미노산이 합쳐져 폴리펩타이드 사슬을 형성
  • 2차 구조: 폴리펩타이드 사슬이 수소 결합하여 알파 나선 구조를 띰
  • 3차 구조: 두 개의 폴리펩타이드 사슬이 이황화결합하여 감긴 코일 구조를 형성
  • 4차 구조: 여러 개의 폴리펩타이드가 계속 결합하여 미세섬유를 형성

 

▲ 1차 구조: 폴리펩타이드 사슬(polypeptide chain)

단백질의 1차 구조는 여러 아미노산이 펩타이드 결합을 통해 연결된 폴리펩타이드 사슬을 일컫습니다.

 

울 섬유에서는 주로 알라닌(Alanine), 류신(Lysine), 시스테인(Cysteine) 등 18종의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는데,

아미노산 사이의 탈수 축합 반응을 통해 펩타이드 결합이 반복되면 폴리펩타이드 사슬이 형성됩니다.

탈수 축합 반응(dehydration)

두 개의 아미노산이 결합할 때, 카복실기(carboxyl group, -COOH)와 아미노기(amino group-NH2)가 만나며
물(H2O) 분자가 빠져나가는 반응으로, 이를 통해 펩타이드 결합이 형성됨

탈수 축합 반응을 통한 펩타이드 결합의 형성 과정

 


▲ 2차 구조:
알파 나선 구조(alpha helix)

단백질의 2차 구조는 폴리펩타이드 사슬이 수소 결합에 의해 국소적으로 3차원 구조를 띠는데,

울 섬유에서는 1차 구조의 폴리펩타이드 사슬이 수소 결합하여 알파 나선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수소 결합(hydrogen bond)

양전하를 띤 수소 원자와 전기 음성도가 강하여 음전하를 띠는 산소(O) 또는 질소(N) 원자 사이에 형성되는 분자 간 약한 결합

 

아래 그림의 빨간 동그라미는 폴리펩타이드 사슬에서 수소 결합이 발생하는 위치를 나타냅니다. 

알파 케라틴의 1차 구조(폴리펩타이드 사슬)와 2차 구조(알파 나선 구조)

 


▲ 3차 구조:
감긴 코일 구조(coiled coil)

단백질의 3차 구조는 다양한 화학 결합에 의해 폴리펩타이드 사슬의 복잡한 3차원 구조를 갖는 것을 말하는데,

울 섬유에서는 알파 케라틴 폴리펩타이드 사슬 두 개가 서로 꼬이며 감긴 코일(coiled coil) 구조를 이룹니다.

 

이 구조는 시스테인(Cysteine)이라는 아미노산이 가지고 있는 황(S) 원소가 이황화결합을 형성하여 안정성을 더합니다.

이황화결합(disulfide bond)

두 개의 -SH기가 산화(oxidation)되며 만들어지는 -S-S- 형태의 결합으로, 황 원소 사이에 전자가 공유됨
단백질의 입체적 형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함

알파 케라틴의 3차 구조(감긴 코일 구조) (출처: PubMed, sciencely가 재구성)

 


▲ 4차 구조:
미세섬유(microfibril, intermediate filament, IF)

마지막으로 단백질의 4차 구조는 여러 개의 폴리펩타이드가 계속 결합하여 고유한 기능을 갖게 된 단백질 구조입니다.

울의 경우, 감긴 코일 구조의 알파 케라틴 여러 다발이 미세섬유를 이루고, 그것이 복합적으로 뭉쳐 섬유가 구성됩니다.


 울의 펠팅 현상 

이렇게 구성된 울 섬유의 표면에는 비늘(스케일) 형태의 큐티클이 있는데, 그로 인해 섬유가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이 정해집니다.
습기와 열이 있는 환경에서 마찰이 가해지면 섬유끼리 정해진 큐티클 방향대로 
서로 맞물려 고정되는 펠팅 현상이 발생합니다.

울의 펠팅 현상이 발생하는 모습 (출처: Hassan & Carr, 2019)

 

펠트천 (출처: Wikipedia)

이 현상을 의도적으로 이용하여 울을 압축하고 부직포 형태의 펠트천을 만들어 모자나 러그 제작 등에 활용합니다.

 

그렇지만 부드러움을 기대하는 니트 옷에서는 울 섬유가 부드러움과 유연함을 잃고 뻣뻣하게 고정되어버린다면 곤란하겠죠?

니트를 세탁하거나 건조하는 과정에는 습기와 열이 발생하는데, 이때 울 섬유는 마찰에 의해 쉽게 외관과 사이즈가 변해버리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울의 펠팅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처리 공정 

부드러운 니트를 만들기 위해 이러한 펠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특수 처리 공정(방축가공, shrink-resist)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특수 처리를 통해 세탁 내구도를 높여 사이즈 변형을 방지하고, 옷감의 일부가 뭉치는 보풀이나 전체가 뻣뻣하게 굳어버리는 펠팅 현상의 발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백질 구조를 파괴하여 펠팅 현상을 유발하는 큐티클 제거 방법 두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슈퍼워시(superwash) 처리는 단백질의 입체적 형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황화결합을 파괴하여 울 섬유 표면의 미세 스케일(비늘)을 화학적으로 제거하는 공정입니다.

알파 케라틴의 감긴 코일 구조를 유지하던 시스테인(Cysteine) 내 황(S) 원소 간 이황화결합(-S-S-)은 염소(Cl2)를 활용하여 파괴할 수 있습니다.

 

또한, 효소(enzyme) 처리를 통해 폴리펩타이드 사슬을 이루는 펩타이드 결합을 파괴하여 단백질을 가수 분해한다면, 울 섬유 표면의 불규칙함을 매끄럽게 다듬을 수 있습니다.

단백질을 분해하기 위해서는 펩타이드 결합을 형성하는 탈수 축합 반응과는 정반대 반응인 가수 분해 반응(Hydrolysis)을 촉매하는 공정인데, 프로테아제(protease)와 같은 단백질 분해 효소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수 처리 공정을 거친 울과 니트


 

이처럼 특수 처리 공정을 거친 니트(워셔블 니트, 방축가공 니트)는 세탁이나 건조도 간편하고 보풀이나 펠팅 발생 우려가 적습니다.

 

마냥 좋을 것 같다구요?

 

아니랍니다! 염소 사용이나 효소 처리와 같은 화학적 처리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천연 효소를 활용하거나 생분해성 처리를 통해 환경에의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친환경적인 공정들이 연구·개발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이 가능할지 한번 고민해보세요 :)

 

 

참고자료


Q. 왜 어떤 소재는 보풀이 날까?
A. 섬유상 단백질인 케라틴을 주성분으로 하는 울(wool)의 표면에는 비늘(스케일) 모양의 큐티클이 있어, 외부 마찰이 가해지면 울 섬유가 큐티클 방향대로 서로 맞물리며 뻣뻣하게 뭉칩니다. 

Q. 왜 니트 소재는 세탁하면 변형될까?
A. 단백질 섬유 표면의 큐티클이 서로 맞물리며 고정되어 뻣뻣해지는 펠팅(felting) 현상은 니트 소재의 외관과 사이즈 변형을 유발합니다. 그렇지만 단백질 구조를 유지하는 결합을 파괴하여 큐티클을 제거하여 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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